말레이시아 페낭에서만 3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느낀 말레이시아 취업의 장점들을 한번 얘기해보려고 한다.
모든 회사원들은 가슴에 퇴직서를 품고 출근을 한다고 한다. 나도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서 빨리 탈출을 하고 싶어 하지만, 또 바로 퇴사를 해서 한국을 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퇴사를 안 하고 계속 페낭 TP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걸까....
1. 칼퇴가 가능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칼퇴가 가능하다. 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을 일하는데, 6시가 되면 땡! 바로 로그아웃을 하고 업무에서 벋어 날 수 있다.
바쁘고 항상 일손이 부족한 CS팀의 경우 가끔 Over time 야근을 하기도 하지만 야근수당까지 다 계산이 돼서 다음 월급에 반영이 된다. 그래서 일부러 야근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서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밤늦게 퇴근해서 집에서는 씻고 잠만 잤었는데, 여기서는 너도 나도 6시 땡 정시 퇴근을 하니깐, 퇴근 후에는 정말 나만의 시간이다. 부업이나 취미활동, 휴식까지 정말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쓸 수 있다.
2.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건 케바케이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원들(Agents)은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게 아니다. 당연히 예의를 지키면서 그 선은 넘지 않고 서로 편안하게 지내는 것 같다.
한국에서 상사라고 하면 눈치도 봐야 하고, 말도 약간 딱딱하게 하게 되는 게 있는데 여기서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화도 하고, 의견도 솔직하게 발언할 수 있다. 특히 부당한걸 참지 않고 솔직하게 다 말하는 나의 성격상 여기서 일하는게 정말 맞는 것 같다.
3. 다양한 국적의 외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회사에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태국, 중국, 일본, 이란, 미얀마 등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한다. 친구를 사귀고 얘기하는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외국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면 언어 능력은 물론 서로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지식면에서도 많이 도움이 되고, 이해심도 넓어지는것 같다.
4. 저렴한 물가
여기서 받는 월급이 한국에서 받는 월급이랑 비교하면 많은 건 아니다. 한국이나 여기서나 혼자 자취를 한다면 지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게 월세인데, 여기서는 좋은 수영장이 있는 콘도의 방 2개짜리 집을 혼자 살면서 저금까지도 가능하다. 한국은 싼 월세도 없고, 관리비와 각종 고지서까지 내면 월급에서 반은 그냥 나가는 돈이다. 또 밥값도 정말 싸다. 주말에 나가서 외식도 하고, 좋은 식당도 가보면 돈을 좀 더 쓰겠지만, 회사에 출근을 했을 때는 점심시간에 10-15링깃(약 2900-4000원) 정도에 해결을 했었다. 이렇게 말레이시아의 물가는 정말 저렴하다. 여기는 술 빼고 다 싼 것 같다.
5. 코로나 이후 2년째 재택근무 중
코로나가 시작된 후, 2020년 3월부터 지금까지 2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첫 한 달 동안은 집에서 일하는 게 적응이 잘 안되고, 혼자 컴퓨터만 보면서 일하는게 너무 심심해서 "빨리 회사로 출근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하는 동안 음악도 듣고, 혼자서 자유를 느끼면서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 특히 따로 출근 준비를 안 해도 되고 8시 55분에 일어나서 컴퓨터 앞으로 바로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도 밥을 급하게 안 먹어도 되고, 퇴근을 해도 바로 집이기 때문에 정말 좋다. 출근을 안 하니 교통비도 안 나가고, 출퇴근 시간을 길에서 안 보내도 된다. 거기에 Working From Home Allowance도 받고 있으니 일석이조다. 사실 현재로서는 재택근무가 가장 큰 장점이다. KL에 있는 회사들은 재택근무에서 오피스로 복귀를 하고 있는데, 페낭 TP는 아직까지 복귀 계획이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이 자유를 더 즐기기 위해서 이직을 못한다.
나는 중학교 때 유학을 가서 대학교까지 졸업을 했다. 졸업 후 바로 외국 회사에 취직을해서 1년 정도 일을 배웠고, 그 이후에 어학 연수도 하고, 일도 하면서 해외에서 생활을 계속했었다. 그러다 한국 회사에 취업을 해서 한국에서 약 2년 정도 일을 했었는데 일도 힘들었지만, 가족도 있고 친구들도 있는 한국에서 생활이 더 스트레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곳에 가서 생활을 하는 게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해외 생활을 다시 준비 했었던 것 같다. 결국 퇴사를 하고 정말 생각도 못했던 말레이시아로 와서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해외에서 생활을 하면 혼자 견뎌내고 감수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에 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위에 내가 설명한 장점들이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계속 일하고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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